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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16] - 노동 문제, 비자 때문에 참을수록 불리해진다

kstudynews 2026. 8. 19. 14:04

◇ 국적이 달라도 근로자의 권리는 동일하게 보호된다

월급날 아침, 통장을 확인한다. 입금액이 없다. 사장에게 문자를 보낸다. "곧 준다"는 답만 돌아온다. 다음 달에도 같은 문자가 반복된다.

 

공장 동료들과 눈빛을 주고받지만 다들 말을 아낀다. 신고하면 비자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다. 그래서 다들 참는 쪽을 택한다.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거부, 부당한 해고가 있다. 폭언과 폭행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참으면 조용히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정반대다.

 

◇ 왜 유독 외국인에게 가혹한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두 가지 제도로 들어온다. 하나는 고용허가제, E-9 비자다. 사업주가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을 고용하는 제도다. 다른 하나는 방문취업, H-2 비자다.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취업 제도다.

 

E-9 비자는 원칙이 다르다. 처음 계약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 자유롭게 옮길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근로자는 약자가 된다. 그만두면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체류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생긴다. 일부 사업주는 이 두려움을 안다. 임금을 미루거나 부당한 대우를 해도 "신고 못 할 것"이라 여긴다.

 

여기에 언어 장벽이 더해진다.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이해 못한 채 서명하는 경우도 있다. 급여명세서의 공제 항목이 정당한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가 생겨도 어디에 신고할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 참으면 해결된다는 착각

많은 근로자가 이렇게 생각한다. "미등록 체류 상태라 신고하면 나만 손해다." 실제로는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체류자격 문제와 임금 문제를 따로 처리한다. 서류가 없어도 임금체불 진정을 막지는 않는다.

 

대법원 판례도 이 점을 뒷받침한다.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했다면 다르다. 임금을 받아온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다. 일하다 다쳤을 때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6조도 있다.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핵심은 체류자격이 아니라 근로의 실질이다. 실제로 일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된다.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임금 받을 권리는 그대로 살아 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참는 사람이 너무 많다.

 

◇ 돈을 못 받았을 때, 법은 이렇게 움직인다

임금체불이란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못 받는 상황을 말한다. 일부만 받는 경우도 포함된다. 퇴사 후 14일 안에 퇴직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근로자가 쓸 수 있는 절차는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진정(고용노동부에 문제를 알려 조사를 요청하는 절차)이다.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 온라인으로 접수한다.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청을 방문해도 된다.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사업주에게 출석을 요구한다. 사실관계도 조사한다.

 

체불이 확인되면 사업주에게 시정지시가 내려간다. 사업주가 따르면 사건은 종결된다. 따르지 않으면 형사입건되어 검찰로 넘어간다.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임금체불은 단순한 민사 문제가 아니다.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민사소송이다. 진정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검토한다. 사업주가 재산을 빼돌릴 우려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체불액이 명확하고 다툼이 없다면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체불 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라는 서류다.

 

이 확인서가 있으면 대지급금(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 대신 밀린 임금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제도)을 이용할 수 있다. 진정 기준으로 신청하면 퇴직일 다음 날부터 1년 이내다. 소송 기준으로 신청하면 2년 이내다.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9, H-2 비자 근로자에게는 별도 안전장치도 있다. 사업주가 가입하는 임금체불 보증보험이다. 이를 통해 최대 4백만 원까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일정 금액을 돌려받을 길이 있는 셈이다.

 

◇ 사업장을 옮기고 싶은데 사장이 막는다면

E-9 비자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이 있다. 최초 3년 취업 기간 중 3회를 넘길 수 없다. 재고용 기간 중에는 2회를 넘길 수 없다. 이 제한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겪고도 참는 근로자가 많다.

 

그러나 사업주 책임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이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월급의 30퍼센트 이상을 2개월 넘게 못 받은 경우가 그렇다. 10퍼센트 이상을 4개월 넘게 못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폭행이나 상습적인 폭언을 겪은 경우도 해당된다. 성희롱이나 불합리한 차별을 겪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의 휴업이나 폐업도 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다. 고용허가 취소도 마찬가지다. 다치거나 아파서 원래 사업장에서 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일할 수 있다면 방법이 있다. 진단서만 제출하면 사업주 동의 없이도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핵심은 사장의 허락이 아니라 사유의 정당성이다. 사업주가 안 된다고 말해도 상관없다.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면 신청할 수 있다. 관할 고용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증빙자료가 부족해도 방법은 있다. 고용센터가 직권으로 조사해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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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변호사 한병철의 글로벌 법률 가이드16] 노동 문제, 비자 때문에 참을수록 불리해진다 ◇ 국적이 달라도 근로자의 권리는 동일하게 보호된다월급날 아침, 통장을 확인한다. 입금액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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